《세탁기 장식장》은 재활용센터라는 장소의 공간적 특성과 이곳의 잡화들이 내포한 맥락을 예술의 영역으로 끌어들여 공간과 사물, 사물과 예술, 그리고 예술과 관객의 관계를 재해석 하는 프로젝트이다. 재활용센터에는 우리들이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던 물건들로 가득하며, 지역 주민들이 쉽게 찾아와 이용할 수 있도록 접근성 또한 용이하다. 이곳을 가득 채운 물건들은 바로 새 주인을 만나곤 하는데, 그러므로 재활용센터는 끊임없이 물건들이 순환하고 있는 공간이다. 이곳을 우연히 방문했던 사람들조차 쓸만한 물건을 발견했을 때 예기치 않은 유용성으로 인해 기쁨을 느끼기도 한다. 또한 재활용센터는 재판매되는 물건들의 집합소이지만 이 물건들에는 누군가의 삶과 추억, 그리고 기억이 함께 한다. 새 상품들과는 달리 한때 누군가의 생활의 일부였던 물건들이기 때문이다.
이곳에 모인 작가들은 각 물건이 보유하고 있는 역사와 기억을 되짚어 물건의 구매가 단순한 소비가 아닌 감성적 소통으로 연결되는 재활용상품의 독특한 특성에 주목하고자 했다. 이는 고가의 골동품이 지닌 컬렉션의 가치나 의미와도 차별화되는데 보다 우리의 생활에 닿아있는 실용적인 일상의 물건이라는 점에서이다. 또한 상점과 창고의 기능 사이에 있는 재활용센터를 전시장 혹은 창작 프로젝트의 장으로 활용하여 그곳에 다층적 공간 개념을 부여하고 재활용센터의 장소성을 통하여 지역주민과 예술적 소통을 시도하고자 했다. 본 프로젝트의 최종 프레젠테이션은 재활용센터에서의 전시와 물물교환 이벤트로 구성됐다. 우선 재활용센터의 물품이 가진 역사와 이야기에 관심을 가진 작가들은 이곳의 공간적 특성과 그 안의 사물에 담긴 고유한 시간과 의미에 주목하고자 했다. 그리고 재활용센터라는 공간과 장소의 문맥, 그리고 이곳의 물건들에 대한 감수성을 설치, 드로잉, 회화, 영상 등 다양한 매체를 이용하여 해석을 시도했다.
물물교환 이벤트인 ‘옛날 애인’은 물건에 담긴 역사와 타인의 추억을 재활용상품이 지닌 비물질적인 가치로 인식하고 사물의 재활용을 감성적 소통으로 연결시키고자 하는 시도이다. 사적이지만 더 이상 실용성이 없는 개인적 물건의 주인이 교체되고, 이 과정에서 한 사람의 경험과 추억이 담긴 소장품이 타인에게는 외형적 매력으로 인해 소유하고픈 사물로 그 의미와 가치가 변화하게 된다. 이번 이벤트에서는 물물교환과 함께 물건에 담긴 추억/사연 교환을 진행했다. 그리고 물건의 새 주인은 옛 주인이 함께 건네는 물건에 담긴 사연이나 추억을 함께 간직할 것인지 선택할 수 있었다.
한편 이 프로젝트는 두 차례 전시로 추진되었다. 우선 서대문구 재활용센터에서의 전시는 in situ 전시 성격으로 영업 공간과 전시 공간이 어슷하게 겹치는 형태로 진행되었으며, 판교생태학습원에서의 전시는 그간의 작업 구상 및 제작 과정, 그리고 전시 진행에 대한 상세한 기록을 망라하여 아카이브 형태의 전시로 진행했다.
- 디아더가이,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