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ud-Cuckoo-Land

#1
오늘 낮, 닭장 안을 들어가 보았다.
사방이 풀밭으로 뒤덮인 그곳에서 두려움에 떨고 있는 새 한 마리가 주춤거렸다.
나머지 새들은 뭐가 그리 즐거운지 한곳에 모여 웅크려 있었고,
붉은빛의 한 마리만이 눈을 감고 잠을 청하고 있었다.

#2
농장을 지어볼까 하는 결심을 했다.
제일 먼저 공작새가 찾아 왔다.
닭들이 사는 농장을 지으리라고 결심했지만,
공작새를 쫓아내기엔 용기가 부족했다.
아름다운 깃털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어느 무덤 앞에서 덧없이 돌아가는 팔랑개비 하나를 뽑아와서 이정표로 삼았다.
닭들이 제대로 길을 찾아올 수 있도록.
모이를 주어야지 생각했지만,
농장엔 하늘과 이끼로 뒤덮인
풀밭 외에는 아무것도 눈에 띄지 않았다.

#3
암탉이 달걀을 낳았다.
새끼를 낳은 건지, 그저 배설을 한 것인지 알 수가 없다. 그래도 사랑스러웠다.
햇볕을 쪼일 수 있게 내버려두었다.
오늘도 농장의 팔랑개비가 돌다 지쳐 늘어지고
또다시 회전의 방향을 바꾸어 버렸다.

#4
오늘, 수탉 두 마리가 싸움을 시작했다.
평소 졸린 눈을 한 붉은 볏 수탉이 까만 깃털 수탉을 단번에 제압한 듯 보인다.

#5
데려오고 싶은 닭이 생각나서
세 번째로 닭장을 찾았다.
어딘가에 숨었는지 눈에 띄지 않았다.
구석구석 살펴보았지만, 깃털조차 찾을 수 없었다.
포기하고 대신 꼬리가 유난히 긴 녀석을 데려왔다.

#6
완벽하다고 생각했던 닭 농장에 이변이 일어났다.
갑자기 생긴 병아리들이
농장의 정결함에 무질서를 초래했다.
노란색의 공포가 다시 엄습해온다.

#7
드디어 기다리던 날이 다가왔다.
달걀이 부화하길 기다리다 지쳐 양손 가득 담아
걸음을 옮기다 이웃집 거위와 마주쳤다.

#8
달걀에 미지근한 물을 붓고 21일을 기다렸다.
어떤 변화를 기대했는지 스스로 깨닫지 못했지만
기다리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9
내일은 암탉과 수탉의 짝짓기 행사를 대대적으로 생중계하기로 했다.
역시 제일 먼저 달려온 것은
다른 새들의 일에 관심 없기로 유명한 나이 든 학이었다.
세 번째로 달려온 것은 이웃집 거위 한 쌍이다.

#10 닭에 대한 사유
어느덧 농장은 성공리에 완공되었다.
푸르른 벌판에 드넓은 하늘이 오늘도 변함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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