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생각하는 집

심신을 쉬어가는 곳, 일터에서 매일 돌아가는 곳, 홀로 혹은 누군가와 함께 생활하 는 곳은 때때로 녹록지 않은 갈등과 충돌의 장소가 된다. 지난 몇 년 동안 중앙아시아에서, 식민의 역사를 공유한 동남아 지역에서 이주와 망명, 사회의 보호막에 대해 고민했다. 울타리나 테두리 안에서는 급변하는 영역 안의 갈등을 등한시하기 어려운 한편, 밖에 머문 이들에게 보금자리란 불완전하고 불안한 곳이다. 우리는 수많은 부조리극을 관망하며 적당히 둥지를 틀기도 하고, 어디론가 편입되기를 꿈꾸기도 한다.

질문을 던져본다.

1. 어디에 살지?
2. 지금 여기가 괜찮은가?
3. 어디에서 죽지?

그리고 집(은신처, 보호막, 보금자리)에 대해 생각해본다.

1. 신체적으로 보호받는 데 필요한 요소
2. 심리적인 안정을 위해서 필요한 요소
3. 그리워서 돌아와(가)도 그 자리에 없는 것

또 다른 생각과 질문을 이어간다.

1. 보호막
완전한 보호처, 혹은 안전한 곳으로 가정하는 꿈의 집이란 어떤 공간인가? 보호막 을 제공하는 이 장소는 단순히 외부(날씨, 환경, 타인)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곳 이 아닌, 몽상의 장소인 동시에 의식과 무의식을 휴식하거나 가다듬는 공간이기 도 하다. 현재 우리가 자유로울 수 있는 사회와 가정의 영역은 어느 만큼의 거리 와 어느 정도의 무게를 지니는가?

2. 허물어진 울타리
보호자의 울타리가 허물어져 있거나 안전한 지대를 벗어나 있을 때 어떻게 우리 집을 지켜가는가?

3. 경계 안팎의 망명과 새로 짓는 보금자리
어디에나 속하는 자와 그렇지 않은 자가 있다. 현재의 거주지에서 탈출을 꿈꾼다 면 다음의 목적지는 어디인가? 우리는 어떤 망명을 꿈꾸는가? 새 보금자리를 지반 부터 시작해서 차곡차곡 지을 수 있다면 이 안에 들어갈 필수요소는 무엇인가?

4. 터
예전에는 먼 지방이나 시골, 다른 나라로 떠나버리면 세상에서 멀어진다고 생각 했다. 통신이 아예 끊긴 지역을 제외하고 요즘은 휴대전화와 컴퓨터, 노트 패드의 전원을 내리지 않으면 완전한 단절이 불가능하다. 주거지와 주변이 바뀌는 것과 상관없이 통신 연결망 안에서 늘 같은 사람들과 소통한다면 세상을 등지고 새 삶 을 살기 어렵다. 장소를 옮기는 것은 이제 어떤 의미일까? 여전히 발을 딛고 있는 장소가 중요하고, 터를 골라 자리 잡고 살고 싶으며, 땅의 기운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면, 어떤 터와 어떤 땅의 기운을 찾고 있는가?